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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혜인의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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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꾸는 정치는 어디에서 시작 되는가.

새 정부의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로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지명되었다. 90년생 청년 정치인이자 원내 소수정당의 수장이 국무위원 후보로 거론되는 상황을 두고 정치권의 셈법이 분주하다. 그러나 이 뉴스 뒤에는 소수정당 정치인으로서 그가 짊어진 묵직한 정치적 고뇌가 자리 잡고 있다.

기본소득이라는 새로운 질문과 정치적 궤적

용혜인의 정치는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가만히 있으라’ 피켓을 들었던 침묵행진에서 시작되었다. 기존 정치권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지지 못할 때 청년의 언어로 질문을 던졌던 그는, 2020년 ‘모든 국민에게 조건 없는 기본소득’이라는 명확한 가치를 내걸고 기본소득당을 창당했다.

기득권 양당 체제가 주도하는 한국 정치판에서 기본소득당의 존재는 특별하다. 거대 양당이 진영 논리에 갇혀 소모적인 투쟁을 반복할 때, 기본소득당은 노동의 개념이 변화하는 시대에 ‘복지국가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의제 정당으로서 기능해 왔다. 횡재세 도입 주장이나 기본소득 연대 기여금 등은 양당 체제에서 자칫 소외되기 쉬웠던 시대적 의제들을 제도권으로 끌어올리는 마중물 역할을 했다.

연합정치의 유산과 법률적 굴레

그의 국회 입성 과정은 선거제도와 연합정치의 복잡한 셈법 속에 있었다. 21대와 22대 총선에서 민주당 중심의 비례위성정당에 참여하여 당선된 후, 정당 해산 및 제명 절차를 거쳐 원소속인 기본소득당으로 복귀했다.

공직선거법상 비례대표 국회의원이 자진 탈당하면 의원직을 잃게 되지만, 정당에서 제명(출당)될 경우 의원직을 유지한 채 원대 복귀할 수 있다. 이는 비례위성정당이라는 왜곡된 제도가 낳은 법률적·제도적 산물이자, 소수정당이 원내 진입을 위해 선택해야 했던 현실적 모순의 단면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방식으로 확보한 국회 내 단 1석은 기본소득당이 선거제도의 한계 속에서도 의제 정당의 생명력을 유지할 수 있었던 유일한 교두보였다.

원외정당의 갈림길, 그리고 정치를 향한 선택

바로 이 지점에서 ‘용혜인의 고민’이 깊어진다. 현행법상 국회의원은 국무위원을 겸직할 수 있지만, 만약 그가 장관 직무에 전념하기 위해 의원직을 사퇴한다면 연합정당 명부 차순위에게 의석이 넘어가며 기본소득당은 다시 원외정당으로 전락하게 된다. 당의 유일한 원내 스피커이자 상징인 그가 의원직을 내려놓는 것은 당의 생존과 직결된 위험 요소다.

그러나 정치는 세력을 유지하는 것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세상을 바꾸는 수단이어야 한다. 정당의 조직적 성장이나 원내 의석 1석이 주는 상징성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동안 기본소득당과 용혜인이 외쳐왔던 기본소득과 성평등, 사회적 약자를 위한 정책들을 행정부의 수장으로서 직접 실현해 내는 일이다.

원내에서 목소리를 내는 ‘입법부의 감시자’ 역할도 소중하지만, 국정의 한 축을 담당하는 국무위원으로서 정책을 입안하고 예산을 집행하며 삶을 실제로 바꾸는 경험은 당의 가치를 증명할 가장 강력한 기회다. 원외로 밀려날지 모른다는 두려움을 넘어, 자신이 주장해 온 가치들을 현실의 제도 속에 뿌리내리는 것. 그것이야말로 기본소득당이 정치를 하는 진정한 이유이자, 정치인 용혜인이 보여줄 수 있는 가장 책임 있는 응답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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