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전 그날의 죽음이 남긴 질문

2020년 7월 23일, 가나 북부 사바나주(州)의 작은 마을 카파바. 아흔 살 노인 아쿠아 덴테(Akua Denteh)가 마을 사람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마녀로 몰려 집단 구타 끝에 숨졌다. 이 장면은 영상으로 촬영돼 전국에 퍼졌고, 가나 사회에 큰 충격을 안겼다. 이 사건을 계기로 목격자 두 명이 과실치사 혐의로 2023년 12년형을 선고받았고, ‘마녀 고발 반대 연대(Coalition Against Witchcraft Accusations)’라는 시민단체까지 결성됐다.
그로부터 6년이 지난 지금도 국제앰네스티는 상황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가나 당국이 마녀 고발 관련 피해자 수백 명을 보호할 책무를 다하지 못했으며, ‘마녀 고발 금지법’ 통과를 계속 미루고 있다는 것이다.
“이불 밖에는 정글 같은 삶” — 캠프에 갇힌 여성들
국제앰네스티는 지난해 4월 ‘평생의 낙인(Branded for Life)’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가나 북부 4곳의 비공식 캠프에 사는 마녀 고발 피해자들의 실태를 처음 공개했다. 2023년 11월과 2024년 4월 방문 조사 당시, 이 캠프들에는 500명이 넘는 사람들이 거주하고 있었다고 한다. 이후 앰네스티는 올해 4~5월 세 곳의 캠프를 다시 찾아 피해자들의 육성 증언을 추가로 수집했다.
이 캠프들은 국가가 운영하는 보호시설이 아니다. 종교 지도자들이 사실상 자율적으로 운영하는 피난처에 가깝다. 문제는 이곳의 생활 여건이다. 의료, 식량, 안전한 주거, 깨끗한 물, 경제적 자립 기회 모두가 턱없이 부족한 상태로 보고서는 기술한다.
누가, 왜 고발당하는가. 앰네스티가 지목하는 전형적인 패턴은 이렇다. 고발은 대개 질병이나 죽음 같은 비극적 사건 이후 가족이나 공동체 구성원 사이에서 시작되며, 가난하거나 질병·장애가 있는 고령 여성, 그리고 전형적인 여성상에서 벗어난 여성일수록 위험에 더 많이 노출된다. 실제로 조사에 응한 93명 중 82명이 여성이었고, 대부분 50대에서 90대 사이였다.
한 지역 매체가 전한 사례는 이 낙인의 구조를 더 선명히 보여준다. 빚을 진 친척이 채무를 회피하기 위해 오히려 자신에게 돈을 빌려준 여성을 마녀로 몰아 마을에서 쫓아낸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인권운동가 리오 이그웨(Leo Igwe)는 이런 현상을 두고, 고령자를 대하는 사회의 태도가 그대로 드러난 것이라고 짚었다.
법은 만들어졌지만, 서명되지 않았다
“저는 90세 여성인 Mariama Akua Denteh의 딸입니다.
저희 어머니는 2020년 7월 23일 가나 사바나 지역의 카파바에서
마녀로 고발되어 사형을 당했습니다.”
가나는 이 문제를 아예 방치해온 것은 아니다. 2023년 7월, 의회는 누군가를 마녀로 지목·낙인찍는 행위 자체를 형사처벌 대상으로 규정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여야를 가리지 않고 이 법안에 대한 지지 목소리가 이어졌고, 프랜시스-자비에르 소수 의원 등은 국회 발언에서 이 야만적 관행을 멈추기 위해 신속히 입법해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 법안은 3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대통령 서명을 받지 못한 채 계류돼 있다. 법안 통과와 실제 발효 사이의 이 간극이야말로 앰네스티가 가장 강하게 비판하는 지점이다. 올해 7월 발표한 성명에서 앰네스티 가나 지부의 한나 오세이 임시 지부장은, 이 캠프들이 제공하는 것은 그나마의 피신처일 뿐 생활 여건 자체는 열악하다는 점을 재차 지적하며 가나 당국이 마녀 고발 피해 여성들에 대한 보호와 정의, 배상을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앰네스티는 지난해 11월부터 이 법안의 조속한 서명을 요구하는 온라인 청원을 진행 중이며, 현재까지 1만9000명 가까운 서명이 모였다.
왜 법 하나로는 부족한가
여기서 짚어야 할 것은, 설령 이 법안이 서명·발효된다 해도 문제가 곧바로 해결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마녀 고발은 성문법이 아니라 뿌리 깊은 문화적 믿음과 공동체의 관습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국제앰네스티의 수석연구원 미셸 에켄은, 주술에 대한 ‘믿음’ 자체는 국제법상 보호받는 영역이지만 그 믿음에서 비롯된 ‘가해 행위’는 보호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 피해자들에게는 보호와 배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전통 지도자와 시민단체가 협력해 마녀로 낙인찍힌 여성을 원래 마을로 복귀시키는 사업을 벌여왔지만, 성과는 제한적이다. 마을 사당이나 족장이 무죄를 공식 선언해도, 정작 공동체 구성원들이 그 여성을 받아들이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외딴 지역까지는 닿지 않는 대중 인식 개선 캠페인의 한계도 걸림돌로 꼽힌다.
이 때문에 앰네스티는 처벌 조항만 담은 법 제정을 넘어, 마녀 고발의 근본 원인을 겨냥한 종합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주문한다. 구체적으로는 사회·경제적 재통합 프로그램, 피해자에 대한 보호와 배상 체계, 그리고 여성과 노인을 차별하는 문화적 관행 자체를 문제 삼는 장기적인 국가 차원의 인식 개선 캠페인이 함께 가야 한다는 것이다.
남는 질문
아쿠아 덴테의 죽음이 전국적 공분을 일으킨 지 6년, 법안이 의회를 통과한 지 3년이 지났지만, 가나의 마녀 고발 캠프에는 여전히 수백 명이 살고 있다. 법 제정과 실제 서명 사이의 간극, 그리고 처벌 규정과 근본적 문화 변화 사이의 간극 — 이 두 개의 간극이 좁혀지지 않는 한, ‘마녀’라는 낙인은 앞으로도 가나 사회 어딘가에서 계속 새로운 피해자를 만들어낼 가능성이 높다.
이 기사는 국제앰네스티(Amnesty International)가 발표한 보고서 ‘Branded for Life'(2025년 4월) 및 후속 성명(2026년 7월)과 관련 외신 보도를 바탕으로 작성했습니다.